'안타고는 못배겨' 번역 출간! by 큐팁





1997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나는 서점에서 좀 신기한 책을 발견했다.

이시카와 준의 '만화의 시간'이라는 만화 평론서였는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만화가 대부분이었다.

아는 만화라고는 '갓건 제로', '지옥동자', '베르제르크' 정도?

그 중 눈길을 끌었던 평론은 니시카제의 'GT 로망'과 테라다 카츠야의 '안타고는 못배겨!'였다.



(여담이지만, '만화의 시간'은 상당히 괜찮은 책이다. 구하기 어렵지만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이시카와 준은 'GT 로망'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으나 '안타고는 못배겨'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분명 그림은 너무나 훌륭하지만, 만화로서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시카와 준의 말이 맞다. '안타고는 못배겨'는 만화가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이 가미된 책일 뿐이다.

만화로서는 빵점일지는 몰라도 자동차 서적으로서는 참으로 혁신적인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서적은 히스토리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다루면서도 정작 사용법은 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안타고는 못배겨'는 오너 매뉴얼에 간단한 관련 정보를 엮어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현을 한 책이다.

대시보드의 사진을, 또는 실물을 보면서 저건 뭐지..했던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서 풀 수 있다.

그리고 자료를 참고해서 쓴 것이 아니라, 허름하던 약간의 개조가 가해졌건 간에
 
저자들이 직접 주변에 있는 차량을 타 보고 쓴 책이라는 점이 훌륭하다. 진짜라는 느낌이 확 오거든!



1994년에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이 번역본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블로그 이웃에서 형님동생 사이로 발전한 울트라님 덕분에 번역본 출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스토리텔링이 강한 만화책이 아니라 오너 매뉴얼 + 리뷰이기 때문에 딱히 번역본의 필요성을 못느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국내에는 테라다 카츠야의 네임 밸류가 더 높기 때문에 데이브 스기하라와 요시다 타쿠미의 이름보다

번역본에서는 테라다 카츠야의 이름이 표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수퍼카라고는 등장하지 않는 책에 대한 소개로 '레전드 수퍼카'라는 문구는 조금 민망하다.

감수자의 이름도 그냥 책의 마케팅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그래도 간만에 유익한 자동차, 그것도 옛날 자동차 관련 서적이 나왔다는 것이 큰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 물론 원판 서적의 야후 옥션 비딩가격에 견주어 하는 말이다..


P.S.

다른 차들은 대부분 잘 그렸는데 알파 로메오의 줄리아 스프린트 2000 GTV는 정말 정말 아니올시다이다.

게다가 리뷰에 동원된 차량도 오너의 센스가 의심되는 괴악한 배리에이션..ㅠㅠ

이건 니시카제가 훨씬 더 잘그린다.

그린 사람이 정말 줄리아 GT를 좋아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작화가 아니다..ㅠㅠ


P.S. 2.

첨언하지만 테라다 카츠야가 스토리텔링이 약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 점은 이시카와 준도 인정한 것이고(일러스트레이터로 남아있기에는 아까운 재능이라고..)

90년대 중반을 끝으로 사라진 동서양 막론 사상 최고의 모델카 전문 잡지 '모델카 레이서즈'에

수록되었던 연재물만 봐도 테라다 카츠야의 실력(그림 말고!)를 잘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모델카 레이서즈' 연재분도 책으로 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핏파이어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레코드-바겐인 T80의 추격전, 이세타와 메서슈미트 캐빈롤러의 대결 등

흥미로운 소재를 멋지게 잘 다루었기 때문이다.


(통권 17권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모델카 레이서즈. 고바야시 마코토가 이끌었던 기괴한 잡지이다.)


P.S. 3.

번역본은 이렇게 생겼다.


(요건 울트라님이 주문한 번역판 사진. 사후허락 부탁드립니다..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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